주로 안압 상승에 의해 시신경(optic nerve)이 서서히 만성적으로 손상되어 시야 결손이 생기는 질환.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안압은 10mmHg ~ 21mmHg 정도가 정상 수치이며, 그 이상이 되면 뒤쪽으로 전해진 안압에 의해 시신경이 눌리고 허혈(ischemia)이 발생하면서 녹내장으로 발전한다. 만일 시신경 구조가 약하거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안압에 저항하는 능력이 떨어질 경우, 안압이 정상이라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안압이 정상인데 녹내장에 걸리는 '정상안압 녹내장'이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여담으로 급성 녹내장에 한해 연한 녹청색을 띠는데, 사실 그냥 봐도 구분하기 쉽지 않고 특히 밝은 곳에서 안검경으로 보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급성보다 정상안압 녹내장 등 진행이 느린 개방각 녹내장이 대부분인지라 더욱...
과거에는 나이대가 높은 중장년층에서 주로 걸리는 안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였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발병 나이대가 상당히 내려와서 20~30대 환자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하며, 심지어 10대 중고등학생들이나 20대 초중반 나이대에도 종종 발견된다고 한다.
안압은 안구의 앞부분인 전방(anterior chamber: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방수에 의해 형성된다. 방수는 홍채 뒤의 섬모체에서 만들어져서 동공을 지나 전방각(anterior angle: 주변부 각막과 홍채 사이의 틈새)의 섬유주로 흡수되며, 섬유주의 기능적 이상이나 전방각의 구조적 이상으로 흡수가 저하될 경우 방수의 양이 많아져 안압이 오르게 된다.
개방각 녹내장(open angle glaucoma)은 녹내장의 90%를 차지하는 종류로, 전방각이 크게 열려있으나 섬유주의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흡수가 저하되어 발생하는 녹내장이다. 질병 초기엔 증상을 쉽게 앓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기도 한다.
폐쇄각 녹내장(closed angle glucoma)은 전방각이 구조적으로 좁아져 있어 발생하는 녹내장이다. 일반적으로 개방각 녹내장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레이저 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배출 공간이 완전히 막히고 안압이 30mmHg 이상으로 급증하여 각막부종, 안구통증 및 충혈 등을 일으키는 응급 상황으로, 빠른 레이저 치료(드물게는 수술적 치료)를 요한다.
아래 그림은 두 종류의 차이를 제법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녹내장의 위험인자는 다음과 같다.
40대 이상의 성인 - 다만 최근에는 10 ~ 30대 환자들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동양인에게서 폐쇄각 녹내장(closed-angle)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녹내장의 가족력
안구에 심각한 외상이나 염증성 질병이 보여질 경우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환자
주 증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로 주변부 시야부터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데, 점점 진행되면 운전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사고 위험이 극도로 올라가고 진행될수록 일상생활조차 심각하게 불편해진다.
전체적으로, 두 종류에 따라 보여지는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개방각 녹내장은 주로 통증이 동반되지 않고, 시력이 서서히 나빠지게 된다. 특히 중심시(central vision)은 질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영향이 미치게 되며, 주로 주변시(peripheral vision)의 감소부터 발생하게 된다.
폐쇄각 녹내장은 만성일 경우 개방각 녹내장과 차이는 없으나, 급성 폐쇄각 녹내장일 경우는 안구 통증과 더불어 눈에 충혈이 보여지며, 급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흐려 보임이 나타나게 된다. 두통과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말이야 주 증상이지, 대부분의 환자가 어느 정도 시야가 좁아진 이후 안과에 오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만큼 '녹내장이다!' 라고 확신할 만한 증상 자체가 없다. 녹내장으로 인한 결과인 시야결손, 시력감소도 단순히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것이겠느니 하는 식으로 넘어가기 쉽다. 결국 잘 안 보여서 안과에 내방할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주 증상으로 언급된 피로, 안구건조증, 충혈 등이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흔하디 흔한 증상임을 잊으면 안 된다. 아예 증상을 모르고 살다가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기에, 조금이라도 의심될 만한 증상이 있으면 안과에 가서 정밀검진을 받아보아야 한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는 안압검사 하나만으로는 녹내장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대부터 유난히 밤눈이 어두워 야맹증인가 의심하던 사람이 결혼 후 부인은 보이는 물건이 심야에 잘 안 보인다고 이상히 여기다가 30대 후반에 정상안압 녹내장을 진단받은 경우도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될 만한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부가하면, 사실 자각증상이 없는 이유는 눈의 맹점을 평소에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할 수 없는 부분을 뇌가 시각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토대로 만든 가상의 이미지로 채워넣기 때문이다.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낄 정도는 거의 50% 이상 시각을 잃은 정도가 되는 것이고 작은 결손의 경우에는 완전 정상시야와 같이 느껴지므로, 눈 중앙의 시신경이 기능을 잃지 않는 이상 시야 결손이 거의 없는 초기에는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좁아짐을 자각할 수 없다. 게다가 문제는 눈 중앙의 시신경은 가장 나중에 손상을 입게 된다. 식사할 때 테이블 위에 놓여진 물잔이나 와인잔을 건드려 자주 넘어뜨리거나, 멀리서 오는 사람을 발견하고 피한다고 의식했지만 막상 옆을 지나갈 때에는 어깨를 부딪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면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건망증으로 와인잔을 그곳에 두었던 것을 잊어서 주의력이 부족해 실수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서! 와인잔을 건드려 넘어뜨린 것이다. 즉 눈에 평소에 인식할 수 없는 맹점이 여러 곳에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우연히 진짜 맹점에 들어왔을 수도 있으니 한두 번 실수로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물론 급성 녹내장은 통증이 수반되기 때문에 병원을 가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만성의 경우로 주의가 필요하다.
질환이 생기는 이유는 대개 방수 배출이 원활해지지 않기 때문. 방수는 눈에 영양 공급과 세균 세척을 위해 있는 물질인데, 이 때문에 지방질이나 단백질, 세균 등이 많아서 방수를 통과하게 하는 막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방수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 특히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의 경우는 현재 의학계에서도 일단 안압을 더 떨어뜨리면 시신경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대처법만 알 뿐 확실한 발병 원인은 모른다.
대부분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에는 안압 측정과 안저사진 촬영이 포함되어 있다. 이 두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안과로 의뢰되어 시야검사나 광간섭 단층촬영을 하여 녹내장을 진단하게 된다.
안압검사 방법으로는 눈에 공기를 내보내 반대쪽으로 나오는 바람의 속도를 이용해서 안압을 재는 공기식 안압계(Tonometry)를 사용한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이며, 눈에 기계를 대어 안압을 측정하는 골드만 방식의 안압계도 있다. 정확도에 있어 골드만이 공기식보다 우수한 편이다. 참고로 자기 전과 일어나기 전에 안압차는 +3 정도.
일단 녹내장이 의심되거나 검사를 한다면, 시야결손검사(visual field test)와 안저검사(ophthalmoscopy), OCT 촬영 등등을 사용한다.
우각검사법(gonioscopy)은 전방각경검사라고도 불리는 검사로, 녹내장의 종류를 알 수 있는 검사법이다.
녹내장, 아니 모든 중증 안과 질환은 암처럼 조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자기 눈이 안 좋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매년 시력검사를 하는 김에 시야검사와 안압, 안저검사 정도는 같이 받자. 여유가 있다면 OCT 검사를 포함하는 것도 추천.
녹내장은 물론이고 시신경이 손상되는 모든 질병은 회복, 치료라는 개념이 없다. 뇌세포처럼 시신경이 다시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시력을 잃는 것을 막는 것이 1차 목표이다.
치료법 역시 종류에 따라 다르게 시행된다.
개방각 녹내장(open angle)은 주로 국부성 약물을 처방해 안압을 낮추게 되는데, 이때 쓰일 수 있는 약물로는 alpha-agonists, 베타 차단제(BBs) 및 탄산탈수효소억제제(CAI) 등이 사용된다. 약물로 증상에 차도가 보이지 않을 경우 레이저술이나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폐쇄각 녹내장(closed angle)은 응급 질병으로, 급히 Timolol, Apraclonidine(faster on-set / more effective than brimonidine), brimonidine, dorzolamide, pilocarpine 및 스테로이드를 안구에 투여하게 된다. 만일 이 약물로도 안압이 잡히지 않을 경우 구강 acetazolamide와 IV Mannitol을 투여하게 된다. 빠른 시일 내에 레이저술(Laser Peripheral Iridotomy)이나 수술(surgical iridectomy)을 통해 원활한 방수의 대류를 유도하여 녹내장 발생 위험을 낮춘다.
대개 녹내장을 진단 받은 환자들은 시야 결손이 진행됨에 따라 말기에는 실명에 이르리라는 공포에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명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녹내장은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본인의 노력과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관리만 잘 하면 실명에 이를 확률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즉, 녹내장은 실명하는 질환이 아니라 관리하는 질환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환자의 10명 중 9명은 녹내장의 심각성을 몰라서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증인 경우는 하루에 1~2회 넣는 안약으로도 관리 가능하나, 시야 손실이 심해질수록 2~3가지 혹은 그 이상의 안약을 사용하게 된다.
안압 조절이 필요한 녹내장의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 안압이 조절된다면 수술을 굳이 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해서라도 안압을 낮춰야 한다. 수술할 때는 방수 배출부에 구멍을 크게 만드는 방법이 주로 쓰이지만, 역시 노폐물이 쌓이면 다시 막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이 어려워 잘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게다가 수술을 하더라도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과 같이 시야의 회복을 바라는 환자들과 자주 마찰이 일어나는 병 중 하나이다. 이는 약물 처방에서도 마찬가지. 악화 방지라고 말은 듣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야가 더 줄어들었다고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서는 방수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수배출튜브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플라스틱으로 했었지만 최근에는 콜라겐을 이용해서 하기도 하며, 기존보다 성공률이 2배 정도 된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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